제8회 진주같은영화제에 놀러오세요

제8회 진주같은영화제의 감독과의 대화 마지막 영화는 옴니버스 영화인 <오늘 영화>의 강경태, 이옥섭, 구교환 감독님과 진행했습니다. <백역사>의 윤성호 감독님은 다른 일정이 있어 이번 진주같은영화제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30여분 동안 관객분들과 긴 대화를 주고 받으셨는데요. 그 내용 공유합니다. 

왼쪽부터. <뇌물> 강경태 감독, <연애다큐> 이옥섭, 구교환 감독

관객> 어떻게 구상했고 좋아하는 신은 무엇인지. 구교환 감독겸 배우께서는 보경이나 이전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었다. <연애 다큐>는 다큐인지 아닌 지 모르고 봤는데 다보고 나니까 극영화였다. 이번 영화가 본인이 가장 투영된 역이 맞는지.

구교환>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제일 비슷한 거 같다. 영화 속에서 교환이는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을 많이 쓴다고 얘기하는데 노출시키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그 대사가 가장 나와 비슷한 거 같다

이옥섭>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작년에는 직접 뽑았다면 이번에는 지원해서 시나리오 1단계 2단계 면접까지 봐서 뽑힌건데 회의하다가 같이 써보자 해서 써보게됐고 그 시기에 느꼈던 감정과 스토리와 이전에 EIDF 연애하는 거 사전제작지원으로 내볼까했던 적이 있는데 그게 떠올라서 쓰게 됐다.

강경태> 마지막에 인서트 컷으로 뇌물이라는 책이 들어가 있는데 인서트컷이 필요한 것이 아닌데 굳이 넣었다. 이 영화의 첫 출발이 됐던 모티브가 됐던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제목이 <뇌물>이다. 뇌물이 좋은 제목은 아니다. 들었을 때 뭔가 의미가 있거나 언어가 주는 느낌이 있지는 않다. 투박한 제목을 그냥 쓴 것도 이 영화의 출발이 거기에 있다는 걸 표시하고 가는 게 맞겠다 싶었다. 

보르헤서의 단편소설인 뇌물이 어떤 작품이냐면, 짧게 설명을 드리면, 줄거리는 굉장히 저명한 교수가 있는데 국제 컨퍼런스에 나갈 제자를 뽑아야되는 상황이었다. B교수는 노교수에게 되게 잘 보이고자 하는반면, A교수는 학술지에 비록 필명이지만 누구나 A교수임을 알 수 있는 필명으로 노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쓴다. 사람들은 A교수가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교수는 A교수를 선택한다.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허위, 자신의 교양을 역으로 설명하려는 아이러니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서울독립영화제가 작년에 40주년이었는데, 중요한 시점의 영화제를 까는 시나리오를 써서 제작지원을 받고 그걸 영화제 개막작으로 삼는 거 자체가 이 소재가 가지고 있던 아이러니를 영화를 넘어 실천하는 느낌이었다. 제일 좋아하는 장명은 제일 첫 신이 덜 민망하다. 좋아한다기보다 견딜만한 신은 영화의 첫 신인 것 같다. 


구교환> 영화보면서 제일 시원한 신은 전지현 신이다. 둘이 공통적으로 등에 땀이 덜난다 싶은 신은 아버지 회갑잔치다. 회갑잔치 부분이 됐을 때는 영화가 어느정도 저희가 하고자하는 애기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 진짜 식구였는지?

구교환> 우리 외가댁 식구였다.

관객> <뇌물>에서 찍은 영상을 보여주면 혹평을 한다. 칭찬하는 사람 거의 없고 거의다 혹평을 한다. 의도가 있는지. <연애 다큐>에서 여자 주인공은 아빠랑 무슨일이있었는지 아빠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다가 변덕 때문에 안 시켜주고 반면 남자쪽에서는 가족 모임에 초대를 한다. 남녀간에 반대되는 심리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강경태> 영화과나 영화 전공하면 한 번쯤 겪어볼 일상적인 느낌이다. 아직도 자신의 영화를 관객들과 마주하는 게 힘들고 부족하다는 것을 저희가 알고 있는데 달리보면 좋은 영화를 보면서 살아왔다는 거다. 좋은 영화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래 니 수준이 그거니까 니 수준에서는 잘 찍은 거 같애라고 하는 게 더 잔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 전공하는 사람들한테는 일상적인 별로 상처도 안 받는다. 너는 내 영화를 못 이해하는구나하는 정도로 쉴드를 치거나. 혹평을 하는 장면은 특별한 연출의도는 아니고 실제로 그런 풍경들이 있는 걸 반영한 거다.

구교환> 저는 상처를 너무 받으니. (웃음) 농담이다. 교환이가 하나보다 하등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환은 현재의 상황에만 충실하다. 하나는 더 많이 나아가고 있다. 그런 것들이 우리 관계에서 더 지속돼야하는건가. 교환이는 속없이 이야기한다.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인다면서도 하나를 그냥 보내버리고.



관객> 본인이 뇌물을 써야하는 상황에 처해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뇌물을 쓸건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연인이 서로를 서로를 기억하면 좋겠다. 누군가 나를 찍어줬으면 좋겠다, 그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가 <연애 다큐>의 포인트인 것 같다. 실제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찍어줬을 때 아이러니함, 좋지않다는 게 영화게 많이 드러난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에 누군가 나를 찍어준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약 찍어준다면 어떨 것 같은지 또는 그런 경험이 있는지 어떤지 물어보고 싶다.

구교환> 여자친구와 놀러가서 사진 찍으면 정말 잘 나오지 않나? 내 최고의 사진은 여자친구나 어머니나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관객> 개인적으로는 좋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좋지 않은 느낌이지 않나?

구교환> 난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둘이 헤어졌어도 둘의 연애 기록이 남아 있는 거다. 전에 연애했던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정확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그런데 사진을 찾아서 보면 우리 이때 어디갔었지에 대한 기억이 살아난다. 영상으로 기록이 남고 둘의 추억이 남겨진 기록들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 내가 느끼기엔 아닌 것 같아 이런 질문을 했다.

구교환> 긍정적인 생각으로 만들었다. 교환이도 다시 만나더라도 금방 헤어지겠지만 이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도자기 깨면서. 그 와중에도 자기 욕망에 충실하다. 찍어야 한다. 찍다 붙이다보니 우리의 얘기구나. 하나가 사인을 주지 않나. 깨진 도자기를 보내고. 그 때까지도 교환이는 눈치 없이.

관객> 여자 주인공도 마찬가진가?

이옥섭> 연애 초반에는 가만히 있으면 상대 남자가 나를 많이 찍는 걸 느낀다. 근데 그게 연애 후반부에 가면 많이 안 찍는다. 지금 연애 초반에 있을 때도 못 생기게 나온 것도 보여주면은 그게 좋더라. 헤어져도 영화답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강경태> 영화처럼 그런 상황에 처해본 적은 없다. 상상해본다면 얻는 게 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영화처럼 영화제 이런 건 아닐 것 같다. 정말 작업하고 싶은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이 무언가 비인간적이고 괴물같은 선택을 해야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아직은 그런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닥치면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닥치면 영화보다 비열하고 악랄한 선택을 할지는 당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관객> 하나가 교환이 집에 갔다가 교환이와 안 보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연출 의도는 무엇인지.

이옥섭> 예전에 연애할 때 그 사람의 집에 가서 부모님도 보고 누나도 보고 했던 적이 있다. 정말 잘해주셨는데 헤어질 때 되니까 그 분들께 많이 미안했다. 남자친구와 나와 둘의 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넓더라. 하나도 잔치에 갔을 때 부담을 느꼈을 것 것이다. 그 사람들한테 미안한 느낌도 있고, 그걸 짊어지긴 싫고해서 회피하고 싶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관객> 연애다큐를 두 번은 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이전 작에 비해 날 것의 느낌은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오늘 깨달았다. 영화제에서 의도한 대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 같다.

이옥섭> 하나가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순간이 최선이었다고생각한다.

관객> 두 분이 연출하면서 부디치는 경우는 없는지?

구교환> 부디치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웃음) 저는 시각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고, 이옥섭 감독님은 정서적으로 많이 연출을 하시는 분이다.

진행> 만드실 때 같이 이야기를 나누신 게 있는지.

강경태> 옴니버스지만 하나의 영화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해서 영화제 측에서도 영화들 사이사이에 공톰점이나 이미지나 그런 얘기가 프리 프러덕션 때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화제작 일정이 빡빡해서 맞출수가 없었다. 우리는 관객들과의 대화를 다니면서 많이 친해진 것 같다.

관객> 앞으로도 연기를 하실 건지.

구교환> 연기는 계속할 거고, 연출도 계속하고 싶지만 마치 꿈처럼 연극 연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진행> 마지막으로 한 마디.

구교환> 이옥섭 감독이 한 얘기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도 아니고 진주 시내를 다니다 오늘 그냥 영화 한 편 볼려고 이 곳에 온 것은 아니지 않나. <오늘 영화>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을 맞춰서 오신걸텐데 그 게 감동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오늘은 관객분들이 몇 분이나 오실까, 늘 게릴라 콘서트하는 느낌으로 온다. 오늘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같이 시간을 나누는 게 너무 감동적인 일이라 꼭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음에 찍는 영화는 조금 더 많은 공부와 수련을 통해서 더 좋은 영화 만들도록 노력해서 꼭 보답하겠다.

이옥섭> <내일을 위한 시간>을 좋아하는데 다음 상영이라서 느낌이 좋았다. 두 번 보고 싶은 영화 만들도록 하겠다.

강경태> <오늘영화>의 공식적인 관객과의 대화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진주를 처음왔다. 모든 관객과의 대화가 설레는데 진주는 이곳 자체가 처음이어서 설레는 첫 단추를 끼우는데 도와주신 것 같아 감사하고, 공식적인 GV를 함께 해주셔서 더 감사하다.

관객> 두 분 감독님의 향후 계획은.

이옥섭> 로맨스 코미디 장편을 쓰고 있다.

구교환> 지금까지의 영화는 어머니께서 오셔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머님이 친구들과 함께 와서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강경태> 장편을 한 편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계획에 없던 건데 단편으로 찍고 싶은 소재가 있다. 얼마 전 부산에 GV를 갔을 때 우리영화에 편집기사로 출연했던 분이 부산 분인데 가이드를 해주셨다. 윤성호 감독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호언장담한 장어집은 문이 닫아 있고 택시기사는 헤맸다. 꿈 같기고 하고 해운대에서 해가 뜨는데 해가 뜨고 있나 지고 있나는 생각을 했다. 찍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진행> 귀한 시간 내서 진주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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